2학년 2반 담임선생님인 김별 선생님은 늘 알록달록한 꽃무늬 치마를 입고, 머리도 곱슬곱슬한 파마머리라서 별명도 많아. ‘라면 머리 뽀글이’, ‘꽃치마 피에로’, ‘뾰족별’처럼 말이야. 이렇게 놀림을 받아서 선생님도 속상했을까? 출석부의 몇몇 이름 뒤에 괄호로 별명을 써 놨지 뭐야. 아리는 ‘병아리’, 태균이는 ‘바나나’, 제하는 ‘아빠’. 다른 아이들은 몰라도 제하는 이게 무슨 뜻인지 알아. 출석부를 본 뒤로 제하는 선생님이 미워지고 자꾸 화가 났어. 그래서 “선생님을 어떻게 골탕 먹일까?” 고민하기 시작했지.
제하에게 김별 선생님의 괄호가 선생님과 자신을 막아선 벽처럼 느껴지고, 괄호 속 글자는 가슴을 콕콕 찌르는 것 같아요. 김별 선생님의 출석부 속 괄호에는 어떤 비밀이 있는 걸까요? 『괄호의 비밀』은 제하와 김별 선생님처럼 선생님과 학생뿐만 아니라, 친구나 가족 등 누군가와의 갈등, 그로 인한 상처 그리고 오해를 풀고 진심을 전할 수 있는 올바른 방법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누군가와 갈등이 생겼을 때 혼자 마음 아파하기보다 서로 대화를 나누고 소통하는 과정을 통해 오해를 풀고 상대를 이해하려 노력해야 합니다. 상대를 온전히 받아들이며 존중할 때 긍정적인 관계를 키워 갈 수 있습니다. 제하와 김별 선생님처럼 말입니다.
글| 임화선
동심에 기대어, 괄호 속 반짝이는 이야기를 하나씩 꺼내는 중입니다. 그동안 쓴 책으로 『두부, 꽃이 되다』 『반지 사탕』 『오늘도 콩닥콩닥』 『소원 팔찌 소동』 『꼴찌 반장 나유찬』 『패스 패스 태클』, 그림동화 『이야기빵』, 청소년 소설 『소년이, 춤춘다』 등이 있습니다.
그림| 노아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일에 설렘을 느낍니다. 그린 책으로 『가족은 나의 힘』 『된장국과 크루아상』 『바다로 간 빨대』 『잘 혼나는 기술』 『똥꿈 삽니다』 『바다로 간 빨대』 『마녀 문구점』 등이 있고, 쓰고 그린 책으로는 『먹구름 청소부』 『용기가 사라진 날에』 『비 오는 날 생긴 일』 등이 있습니다.
1. 꽃무늬 치마
2. 아뿔싸!
3. 엄지 척!
4. 액체괴물
5. 눈물이 펑!
6. 특별한 괄호
글쓴이의 말
상세 미리보기
선생님의 ‘비밀’ 출석부를
보고 말았어!
마침표, 물음표, 느낌표, 쉼표, 따옴표, 괄호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모두 자신이 쓴 글의 의도를 다른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기 위해 사용하는 ‘문장 부호’라는 것입니다. 문장 부호인 괄호, 그중에서도 소괄호는 여는 괄호 ‘(’와 닫는 괄호 ‘)’가 한 쌍으로 짝을 이루고 있습니다. 앞에 나온 말을 설명하거나 내용을 덧붙일 때, 어느 문장을 다른 부분과 구별할 때 등등 사용합니다. 수학에서는 먼저 계산하는 부분을 표시할 때 쓰기도 하지요.
『괄호의 비밀』은 이렇게 우리 생활 속에서 자주 쓰는 ‘괄호’에서 비롯된 오해 때문에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이야기합니다. 그 시작은 바로 김별 선생님의 출석부! 김별 선생님은 2학년 2반 제하네 담임선생님입니다. 학교에는 ‘라면 머리 뽀글이’, ‘꽃치마 피에로’, ‘뾰족별’ 이렇게 별명 부자로 소문이 자자하지요. 늘 펑퍼짐한 알록달록 꽃무늬 치마를 입고 다니고, 곱슬곱슬 긴 파마머리도 꼭 라면 면발 같아서 아이들의 눈에 김별 선생님이 얼마나 독특하고 재미있어 보이는지 몰라요. 그래도 김별 선생님은 언제나 아침이면 밝은 얼굴로 아이들을 반기고, 운동장에서도 복도에서도 아이들을 만나면 방글방글 웃으며 인사해요.
하지만 다정하고 친절한 김별 선생님도 내심 속상하고 기분이 나빴던 걸까요? 김별 선생님이 만든 비밀 출석부를 2반의 말썽꾸러기 제하가 보고 말았거든요. 출석부에는 학급 아이들의 이름만 번호 순서대로 적힌 게 아니었어요. 몇몇 아이들의 이름 뒤에 괄호가 그려져 있었어요. 괄호 안에 적힌 글은 노란색 포스트잇으로 가려져 있었지만, 맨 앞의 단어는 보였어요.
김아리 (병아리 ……… )
민태균 (바나나 ……… )
박서희 (풍선 ……… )
송제하 (아빠 ……… )
김별 선생님이 아이들의 별명이라도 적어 놓은 걸까요? 제하는 다른 아이들의 괄호 속 단어의 뜻은 모르겠지만, 자기 이름 뒤에 붙은 괄호만큼은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어요. 제하는 심장이 콩닥거렸지만, 자기 이름 옆에 붙어 있는 포스트잇을 슬쩍 뜯어봅니다. 거기 적힌 건 바로…….
“김별 선생님을 골탕 먹여야겠어!”
제하가 원래 말썽 없는 조용한 아이는 아니에요. 등교하자마자 칠판에 낙서하면서 친구들과 장난치기도 하고, 김별 선생님이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놔둔 꽃무늬 치마를 교장실 문 앞에 던져 놓고 도망치는 사고뭉치이기도 하죠. 그 덕에 김별 선생님은 교장 선생님에게 잔뜩 꾸중을 들었어요. 제하도 김별 선생님에게 혼났고요. 그렇다고 제하에게 나쁜 마음이 있거나,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에요. 그냥 장난치고 싶었던 거죠. 오히려 같은 반 친구를 나서서 지켜 줄 정도로 제하는 정의감도 투철해요.
하지만 비밀 출석부를 본 뒤로 제하는 김별 선생님이 미워지고 자꾸만 화가 납니다. 포스트잇 아래에 숨겨져 있던 글자는 ‘아빠 이야기 하지 말 것’이었어요. 이걸 본 순간부터 제하는 수업을 제대로 들을 수가 없었어요. 괄호 속 글자가 가슴을 콕콕 찌르는 것 같고, 이름 뒤에 붙은 괄호가 선생님과 자신을 막아선 벽처럼 느껴졌어요.
제하는 엄마와 단둘이 살아요. 작년에 갑작스러운 사고로 아빠를 영영 만날 수 없게 되었거든요. 제하도 아빠가 보고 싶고 그립지만, 제하는 아빠 이야기를 싫어하지도, 아빠가 없어서 주눅 들지도 않아요. 오히려 아빠가 하늘에서 항상 지켜보고 계신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선생님은 왜 아빠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적어 놓았을까요? 제하는 오히려 다른 아이들처럼 아빠 이야기를 더 많이 하고, 아빠에 대해서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싶은데…….
그래서 “김별 선생님을 어떻게 골탕 먹일까?” 아침에 학교에 가는 순간부터 4교시 수업이 끝날 때까지 김별 선생님에게 복수할 방법만 궁리했어요. 호시탐탐 기회만 보던 제하는 절친인 윤석이를 몬스터 카드로 꾀어냅니다. 그리고 결전의 순간! 이제 김별 선생님이 계단을 오르기면 떨어지는 액체괴물에 화들짝 놀라서 소리를 지를 테고, 제하와 윤석이는 낄낄대면서 도망치면 돼요. 이 작전,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오해가 이해로, 진심이 화해로
괄호 속에 숨겨진 선생님의 특별한 마음
김별 선생님은 왜 제하에게 아빠 이야기를 꺼내지 않으려고 했을까요? 특별한 설명이 없더라도, 제하가 아빠 이야기만 나와도 마음이 아프고 슬퍼질까 봐 챙겨 주고 싶은 마음이었다는 건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주는 마음과 받는 마음이 똑같다면 갈등과 다툼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겠지요. 김별 선생님처럼 배려로 시작한 행동이 슬픔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합니다. 『괄호의 비밀』은 이러한 제하와 김별 선생님처럼 선생님과 학생뿐만 아니라, 친구나 가족 등 누군가와의 갈등, 그로 인한 상처 그리고 오해를 풀고 진심을 전할 수 있는 올바른 방법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일상에 맞닿아 있는 인간관계 자체를 따뜻하게 바라보고, 슬픔을 보듬어 주는 작가의 시선은 김별 선생님과 제하 그리고 독자의 마음까지 다정하게 이어 줍니다.
김별 선생님의 비밀 출석부에서 알 수 있듯이, 『괄호의 비밀』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저마다 사정이 있습니다. 아리는 ‘병아리’, 태균이는 ‘바나나’, 서희는 ‘풍선’에 대한 비밀 또는 어떤 이유가 있지요. 비밀 출석부를 쓴 김별 선생님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날마다 꽃무늬 치마를 입는 이유, 제하에게 아빠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 까닭까지도 말입니다. 임화선 작가는 이야기합니다. 어쩌면 우리 마음속에도 아직 말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괄호 안에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고요. 비밀스러운 이야기나 누군가에 대한 그리움, 따뜻한 사랑이 조용히 담겨 있을 수 있지요. 그런 괄호를 누군가 다정한 눈으로 바라봐 준다면,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괄호는 마음을 감추는 틀이 아니라, 진심을 담는 따뜻한 그릇이니까요.
누군가와 갈등이 생겼을 때 혼자 마음 아파하기보다 서로 대화를 나누고 소통하는 과정을 통해 오해를 풀고 상대를 이해하려 노력해야 합니다. 모두가 나와 같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상대를 온전히 받아들이며 존중할 때 긍정적인 관계를 키워 갈 수 있습니다. 또한 마음에 새겨질 흉터 없이, 보다 씩씩하고 마음 단단해질 『괄호의 비밀』의 희망찬 제하를 응원해 주며 내 이름 뒤에 적힐 괄호 속 내용은 무엇일지 자신을 돌이켜 보는 시간도 가져 봐요.
시리즈 소개
<책마중 문고> 시리즈
드넓은 책의 세계에서 독서의 즐거움을 느끼기 시작하는 초등 저학년 아이들을 두 팔 벌려 맞이하는 문학 시리즈입니다. 그림책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간결하고 리듬감 있는 문장과 풍부한 그림으로 읽기 책을 쉽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게 하여 책 읽기가 주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아이들이 가정과 학교 등에서 겪게 되는 정서적ㆍ사회적 문제를 다룬 이야기, 상상력을 키워 줄 수 있는 이야기로 구성하여 아이들의 마음에 올바른 가치관과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 꿈과 희망, 사랑, 행복을 심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