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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_sixty nine
무라카미 류 지음 양억관 옮김 2004.03.20 276p
ISBN : 8972882267 4*6변형양장 가격 : 8,500원
도서구입처 : 교보문고   알라딘   영풍문고   yes24   인터파크  
제2의 『호밀밭의 파수꾼』
『69_sixty nine』는 아쿠타가와상 수상작가 무라카미 류의 장편소설로, 급성장의 궤도를 달리던 전후 일본사회에서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낸 열일곱 살 청춘들의 축제 같았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집필 당시 32세였던 작가는 이 자전소설을 쓰면서 1969년을 “인생에서 세번째로 재미있었던 해”라고 말했다. 작품 제목인 ‘69’의 1969년은, 파리학생운동의 여파로 도쿄대학이 입시를 중지하고, 히피들은 사랑과 평화를 부르짖고, 드골은 권좌에서 물러나고, 인간이 달에 족적을 남긴 기념비적 해였으며, 한편에선 베트남전쟁의 총성이 들려오던 격동의 시절이었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에, 미군 기지가 주둔하던 작은 도시를 무대로 한 이 소설은 반미를 외치면서도 그들의 문화와 스타에 열광하고, 반전을 외치면서도 예쁜 여학생에게 열광했던 솔직하고 대담한 고교생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류의 소설을 많이 접해본 독자라면 『69』가 어딘지 모르게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이 낯섦은 아마도 이 소설의 밝은 분위기 때문일 것이다. 류는 후기에 이 책을 “정말 즐거운 소설이다. 이렇게 즐거운 소설은 다시는 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즐거운 인생을 위해 마치 싸움을 하듯 ‘축제’처럼 살아갈 거라는 작가의 말처럼 ‘어떻게 사는 것이 즐거운 인생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는 이 작품이다.



무라카미 류가 천착해온 기존의 이미지를 뒤바꾼 『69』는 현재까지 일본에서 100만 부 이상이 판매된 스테디셀러다. 랠프 F. 매카시Ralph F. McCarthy에 의해 영역된 미국판도 제2의 『호밀밭의 파수꾼』이라는 호평을 들으며 사랑을 받았다. 한국에서도 『69』에 대한 독자의 반응은 검증된 바 있다. 해적판으로 출간되어 유통되었다는 점이 아쉽긴 하나, 이 작품은 십 년 가까이 국내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작가정신은 2003년『69』의 저작권사와 정식으로 번역출판 계약을 맺고, 해적판 『69』의 오류를 수정하고 시대에 맞는 감각으로 편집하여 새롭게 선보이게 되었다.

『69』의 주인공은 열일곱 살 고교 3년생인 ‘겐’이다. 그는 『호밀밭의 파수꾼』의 열여섯 살 홀든 콜필드처럼 세상의 허위의식과 무신경함, 약육강식의 비정한 현실에 대해 매우 시니컬한 반응을 보이는 십대다. 자신들을 매몰차게 내모는 학교와 사회, 기성세대의 권위에 독설과 야유를 서슴지 않는다. 착하지도 않고, 거짓말도 잘하지만 둘 다 풍부한 상상력을 가졌고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다. 그리고 세상에 삐딱하게 맞서지만 나름대로 삶의 홍역을 앓고 난 뒤 희망을 찾아낸다. 홀든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어 순수한 아이들의 구원이 되려 했다면, 겐은 지겨운 인생을 축제처럼 살아가기로 마음먹는다. 그것은 바로 무라카미 류의 과거의 모습이다. 이 작품은 이문열의 『젊은 날의 초상』이나 고은의 『나의 청동시대』처럼 유명작가의 청소년기를 엿보는 재미를 느끼게 한다. 그래서 이 자전적 성장소설이 상상만으로 쓴 소설보다 더욱 진하게 다가오는지도 모른다.

한바탕 폭풍 같은 청춘의 엑스터시

표제 ‘69’는 자칫 포르노그래피적 상상을 불러일으킬 법하나, 비틀스와 롤링 스톤스가 최고의 전성시대를 구가하고 히피문화가 꽃을 피우던 1969년을 가리킨다. 무라카미 류의 말을 빌리면 69년은 “코드를 세 개밖에 몰라도 록 연주자가 되었던” 시대고, “돈츄노don’t you know를 외치기만 하면 누구라도 록 가수가 되었던” 시대다. 이 격동의 시대를 배경으로 작가는 제도화된 사회와 교육에 답답해하던 당시 젊은 청춘들의 좌절과 방황, 또 이를 극복해내는 그들의 사랑과 우정을 간결한 문체로 그려냈다.
주인공 겐은 랭보의 시 한 수와 번드르르한 말주변으로 공부 잘하는 친구 아다마를 포섭하고, 예쁜 여학생에게 잘 보이려고 친구들을 선동해 학교 옥상에 반체제구호를 적은 플래카드를 내건다. 페스티벌을 한답시고 유치찬란한 시나리오를 쓰고 직접 레디 큐를 외치는가 하면, 록 스타를 흉내 내 ‘우주의 혼돈’을 상징한다며 닭 스무 마리를 풀어놓는 퍼포먼스를 벌인다. 또, 페스티벌 티켓 수입으로 친구들은 나 몰라라 한 채 여자친구와 단둘이서 스테이크 먹는 꿈만 꾼다. 겐은 정말이지 엉뚱하고 비겁한 데다가 영악하기까지 하다. 사람을 가볍게 속이고도 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 독특한 캐릭터다. 하지만 류는 이 주인공을 아주 매력적으로 형상화시키고 있다.
겐이 주도한 학내 바리케이드와 “상상력이 권력을 쟁취한다”라는 선동적인 슬로건은 얼핏 이들을 좌익에 물든 학생들로 보이게 하나 사실은 결코 그렇지 않다. 들뢰즈와 가타리가 『앙띠오이디푸스』에서 말한 것처럼 즐겁게 살려는 그들의 ‘욕망’ 자체가 혁명이었을 뿐이다. 소설 전체를 가득 채우는 삶의 에너지는 바로 그들의 욕망에서 분출된 것이었다.
스스로 인생을 계획하고 그로 인해 흥분하고 좌절하며, 한 여학생의 마음에 들기 위해 엄청난 사건들을 꾸민 겐. 결국 무기정학까지 감수해야 했던 이 열혈 고교생의 이야기는 “어떻게 하면 즐겁게 살 수 있을까” 또는 “즐거움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다름 아니다.
『69』의 청춘들은 즐겁게 살아가는 것이, 멈추지 않는 웃음소리를 들려주는 것이, 후진 세상에 대한 복수라고 생각한다. 입시에 얽매인 교육현실, 권위적인 학교, 기성세대의 강요, 이러한 현실 속에서 겐과 아다마, 이와세의 일탈은 우리의 성장 안에도 담겨 있던 모습이다. 한 손엔 비틀스의 음반을, 다른 한 손엔 오에 겐자부로를 집어든 소년들이 펼치는 한바탕 폭풍 같은 학원쾌담은 기개에 찬 청춘의 엑스터시다.

    지은이 : 무라카미 류

    소설가. 1952년 일본 나가사키 현 사세보 시에서 태어나 무사시노 미술대학을 중퇴했다.
영화감독, 공연 기획연출자, 스포츠 리포터, TV 토크쇼 사회자, 라디오 DJ, 화가, 사진작가, 세계미식가협회 임원 등 대중문화 영역에서 전방위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무사시노 미술대학 재학 시절 쓰기 시작한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라는 작품으로 1976년 아쿠타가와상과 군조신인문학상을 받았고, 1981년에 『코인 로커 베이비즈』로 노마문예신인상, 『영화소설집』으로 히라바야시다이코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주요 작품으로 『자살보다 SEX』『너를 비틀어 나를 채운다』『달콤한 악마가 내 안으로 들어왔다』『지상에서의 마지막 가족』『타나토스』『공생충』『미소수프』『피어싱』등 다수가 있다.



    옮긴이 : 양억관

    1956년 울산에서 태어나 경희대 국어국문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일본 아시아대학 경제학부를 중퇴했으며,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나는 공부를 못해』 『바보의 벽』『플라이, 대디, 플라이』『남자의 후반생』『물은 답을 알고 있다』『달콤한 악마가 내 안으로 들어왔다』『냉정과 열정 사이』『교코』『야망패자』 등이 있다.